시중에서 판매되는 고마쥬 필링젤이나 바디 때필링 스프레이를 뿌리고 문지르면 불과 몇 초 만에 거뭇거뭇하고 굵은 때 같은 덩어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소비자가 이를 자신의 피부에서 탈락한 대량의 묵은 각질로 오해하지만, 이는 화장품 제형 기술이 만들어낸 정교한 화학 반응의 결과물입니다.
때처럼 밀려나오는 알갱이의 과학적 정체
필링젤의 주성분은 점증제인 카보머 고분자와 식물성 셀룰로오스 섬유소입니다. 제품이 용기 안에 있을 때는 수분 속에 균일하게 풀려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젤 상태를 유지합니다.
필링젤 속에는 세트리모늄클로라이드 같은 양이온 계면활성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피부에 도포하고 손가락으로 마찰을 가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음이온 성질의 카보머와 양이온 계면활성제가 정전기적으로 결합하여 불용성 덩어리로 침전됩니다.
이 덩어리가 피부 표면의 피지와 엉기면서 색상이 탁해지고 점성이 생겨 마치 사람의 때처럼 뭉쳐서 굴러떨어지게 됩니다.
실제 피부 각질은 얼마나 탈락되는가
시험관이나 매끄러운 유리창 위에 때필링젤을 짜놓고 문질러도 피부와 똑같이 대량의 고무찰흙 같은 때 덩어리가 뭉쳐 나옵니다. 즉 눈에 보이는 알갱이의 95퍼센트 이상은 화장품 자체의 제형 찌꺼기입니다.
뭉쳐진 고분자 덩어리가 피부 표면을 구르면서 들떠 있던 최외각층 각질 세포를 지우개 똥처럼 흡착해 함께 떼어내는 보조적 청소 작용을 수행합니다. 결코 덩어리 전체가 사람의 각질일 수 없습니다.
때필링젤 남용 시 발생하는 피부 장벽 부작용
알갱이가 많이 나오면 시원하다는 심리 때문에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세게 문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각질세포 사이를 메우고 있는 세라마이드 지질층을 뜯어내어 피부 건조증과 화끈거림을 유발합니다.
고마쥬 뭉침을 유도하는 양이온 계면활성제는 일반 세안제에 쓰이는 음이온 계면활성제보다 단백질 변성 능력이 높아 물로 꼼꼼히 씻어내지 않으면 접촉성 피부염의 원인이 됩니다.
살리실산 BHA나 글리콜산 AHA는 각질 결합 단백질을 산으로 녹여내어 물리적 마찰 없이 모공을 청소하는 반면, 때필링젤은 표면 표피만 긁어내는 표피 마찰형 제품입니다.